국악 타악기의 소리와 리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김민철 고수의 대중과 소통하는 소리 창조 이야기

김민철 장구 고수(31)는 국악 타악기의 소리를 탐구한다.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장구와 북을 비롯, 다양한 국악 타악기의 소리에 집중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독보적인 소리의 영역을 구축해간다. 소리 탐구가이자 sound maker다.



 국악기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드럼이나 전자음악, 미디어아트 등 타 예술분야와의 협업과 융합도 주저하지 않는다. 소리를 통한 영혼의 치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예술을 통한 소통에도 꾸준히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원래 전공은 판소리였습니다. 동네 학원에 등록해 판소리를 배웠죠. 열심히 해서 예고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다 목이 상해 판소리를 접고 타악기에 집중하게 됐죠.”

김씨는 예고를 거쳐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자신만의 음악,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 여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영역을 타악기로 전환하면서 판소리 고수를 먼저 했다. 북도 치고 굿음악도 공부하며 굿판을 경험했다. 이러한 전통음악의 메커니즘을 통해 자신의 음악, 자신의 소리를 찾아나가고 있다.


▲ 북 고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민철.

“장구와 북 등 타악기의 매력은 특유의 장단이 주는 흥입니다. 한을 흥으로 승화하면서 영혼을 정화해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는 타악기의 장단과 소리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작 국악독주회 ‘SOUND SPACE’ 연다


▲ 창작 국악독주회 ‘SOUND SPACE’ 포스터.

그는 활발한 공연을 통해 다채로운 국악 타악기의 매력을 알리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국악을 바탕으로 국악 타악기와 전자음악, 미디어아트 등과 결합한 독특한 소리의 세계를 탐미하는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오는 29일 오후 광주 서빛마루 공연장에서 ‘환경위기, 지구위기’를 주제로 한 창작 국악독주회를 갖는다. 동료 1명과 함께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 그리고 타악기가 결합한 예술과 기술의 접목을 시도한 융복합 작품 발표회를 갖고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의 세계를 선보인다.


지역문화 교류의 전진기지, 카페 ‘spotlight’ 오픈 


▲ 지역문화 교류의 전진기지, 카페 ‘spotlight’.

김씨는 2년반 전 담양군 병풍면 한재골 초입에 ‘spotlight’란 카페를 열었다. 우선, 장구 연주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하나는 그곳을 지역의 문화소통 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예술을 일반인들에게 침투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다.

“수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국악만으로 평생 밥벌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다른 대책이 없다면,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한 음악으로 타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안정적으로 제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카페였습니다. 이곳을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이 예술을 통해 교감하고 교류하는 전지기지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사운드배스(soundbath)

그는 이곳 카페를 다양한 분야의 문화활동 근거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카페 매장 한켠에 진공관 프리, 파워 엠프 탄노이 스피커 등 음향기기를 갖추고 소리를 매개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소위 ‘사운드 배스’를 진행한다. ‘사운드 배스’는 소리목욕이라는 뜻이다.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진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목욕하듯 감싸주는 것을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돕는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그는 타악기를 통한 자신만의 소리를 탐구했다. 진행과정은 모두 60분이다. 스트레칭을 통한 긴장과 이완의 시간 15분, 사우드 배스 30분, 이후 차담 등으로 구성된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각각 최소 4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 아마추어 작가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카페 내부.

카페 벽면에는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가 ‘시민예술의 활성화’란 기치 아래 카페 공간을 대중에게 예술을 침투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전문예술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아마추어 작가와 취미활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한다.


▲ 공연 등 각종 이벤트 활동 장소로 활용되는 카페앞 작은 무대.

 카페앞 야외 소공연장도 시민들의 참여공간으로 활용된다. ‘사운드 배스’를 비롯해 아마추어 작가들과 음악가 등이 자신의 솜씨를 뽐낼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된다.


오는 10월 9일 오후 5시 이곳 야외 소공연장에서는 전남문화재단의 ‘예술로’ 사업 참여 음악가와 담양지역 음악인들의 버스킹이 열릴 예정이다. 음악가들의 공연과 함께 시민 작가들의 각종 작품이 전시돼 예술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카페는 올해 전남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예술로’ 사업 대상기관으로 선정됐다. 공간을 활용해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음악인 3명과 미술 및 공예작가 2명의 활동 근거지를 제공한다. 또한 이들은 담양 한재초등학교 미술수업과 작품 전시 등 지역사회와 교류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 커피 바리스타가 된 김민철.

그는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만들기를 좋아한다. 평생의 취미활동으로 삼고 바리스타 자격증과 지도자자격증 1, 2급을 취득했다.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카페를 오픈한 것도 커피를 좋아해서다.

“커피 한 잔도 삶을 조명할 수 있습니다. 국악이 본업이라면, 커피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입니다. ‘커피 만드는 국악기 고수’죠. ‘국악하는 카페사장’도 맞겠네요.”

그의 꿈은 지역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득권이나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개념과 형식의 문화예술판을 짜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 모두가 참여해 예술을 즐기고 향유하고, 한데 어울리는 기회를 넓혀나가겠다는 뜻이다.

“기존의 것이 아닌, 그리고 기득권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지역문화예술의 판을 만들려 합니다. 기성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나 취미활동으로 예술을 하는 아마추어 작가 등이 지역사회와 만나고, 그들이 만드는 판이 새로운 영역을 찾아나가는 꿈도 꿉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수도 하고 지역의 정치적 기반도 형성해 새로운 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도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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