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원의 참모습 구현에 바친 청춘

유영길(59) 정원디자이너, 자연에 가장 가까운 정원의 모델을 제시하다

“정원은 단순한 꽃밭이나 조경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다양한 식물이 혼재하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고,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자연과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설 때 사람들은 정서적 감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생태 다양성의 조화와 균형감이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주고 영혼을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 유영길 정원디자이너.

유영길 정원디자이너는 무엇보다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강조한다. 잘 정돈되고, 식물들을 구획된 공간에 배치하는 방식의 인위적 모습은 배제하려 애쓴다. 산과 들의 자연이 그렇듯, 식물들의 혼재와 다양성을 중시한다. 다소 복잡하고 무질서한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식물들 간의 조화와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그가 추구하는 정원은 그런 것이다.

유 디자이너가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생때부터다. 군청 산림과 공무원이던 부친의 영향으로 산과 식물의 세계에 일찍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8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국내에선 정원문화가 그리 활발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래서 정원 관련 월간지를 섭렵하며 정원에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습득했다.

80년대 유럽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국내 정원의 다소 초라한 모습을 보며 정원디자이너의 꿈을 꾸게 됐다. 전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한국 정원의 참모습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연하게 대학도 전남대 조경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원까지 마치며 정원에 관한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나갔다.


▲죽화경 전경.

유 디자이너는 20대 초반부터 자신만의 정원을 조성하고 싶어 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알맞은 부지를 찾기 위해 고향인 담양 일대를 뒤지다 현재의 ‘죽화경’에 터를 잡게 됐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남향인데다 양쪽에 낮은 언덕이 자리해 바람의 영향을 적어 식물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묵은 산밭이던 죽화경 터에 걸맞는 정원을 설계하고, 설계에 따라 길을 내고, 식물들을 하나하나 심기 시작했다. 당시 전형적인 형태나 기존에 존재하던 정원의 모습이 아닌 독창적인 모델을 시도했다. 지난 16년동안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섬돌 하나하나 손수 자신의 손을 거쳐 심고 가꾸고 다듬기를 계속해왔다. 식물들간의 조화와 균형미를 갖추기 위해 심은 나무나 꽃의 배치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배치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를 현재의 죽화경에서 보여주고 있다.


▲ 순천 정원박람회 출품작.

유 디자이너는 지난 2013년 순천만 정원박람회에 기업 정원 디자인을 출품해 동상을 획득하며 실력을 인증받았다. 수상은 그가 추구해온 정원에 관한 철학과 이상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요즘도 정원을 배우기 위해 유럽 등으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는 디자이너는 “물론 유럽이 나름대로 정원문화가 발달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럽의 정원과 한국의 정원, 일본이나 중국의 정원 등이 각기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고 공부할 꺼리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다양하고 풍부한 정원문화가 구축돼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고도 정원의 다양한 측면을 배울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죽화경’ 전경.

‘죽화경’이란 이름은 고향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에서 착안했다. 대나무와 꽃이 연출하는 풍경을 의미한다. 순수정원을 지향하는 정원예술원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약 1만개의 대나무를 엮어 울타리를 설치하고, 360여개의 대나무 기둥을 설치해 장미와 철쭉, 야생화 등을 떠받치도록 구성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우면서, 단순한 눈요기가 아닌 정서적 감흥과 정신적 평온을 주는 공간을 창출하려는 디자이너의 하루하루는 고되고 분주하다. 정원의 참모습을 구현하려는 그의 노력과 헌신은 관람객들이 느끼는 안도의 깊이에 비례할 듯하다.

“방문객들이 정서적으로 감흥을 받고 힐링하고 돌아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디자이너는 죽화경이 정원문화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창출을 위해 정원과 어울리는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정원을 배우고, 바람직한 정원문화를 익혀나가는 체험교육의 장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갖추려 한다.


▲ 정원작업중인 유영길 디자이너.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청춘을 바쳐 헌신한 디자니어의 정원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매일 식물을 돌보고 자신의 이상에 맞는 모습을 갖추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흘리는 구슬땀만큼 관람객들에게 더 깊은 감흥을 줄 것이란 믿음에서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모든 이의 휴식처이자 정원문화의 산실로 남기고자 하는 유영길 디자이너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는 “하나의 정원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에게 주어지는 유산”이라며 “앞으로도 영혼을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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