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죽화경, 정서적 감흥으로 얻는 안식과 힐링 명소

순수 정원의 정석, 식물 다양성의 공존과 조화를 선보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작은 오솔길이 펼쳐진다. 구불구불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양쪽 길섶에는 높고낮은 키의 나무와 풀들이 각자의 높이에 맞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로 화사한 꽃들이 환하게 얼굴을 내민다.


▲ 죽화경에 고개를 내민 꽃들.

데이지와 장미, 수국 등 다양한 꽃들이 때론 줄을 맞춰, 때론 옹기종기 모여 서 있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시시각각 색다른 풍경들이 다가온다. 가끔 오솔길들이 만나는 작은 광장에 들어서면 사방팔방에 다채로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죽화경 입구 모습.

광주 북구와 담양 봉산면이 접한 곳에 쌍교가 있다. 쌍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을 지나면 고가도로 밑에 죽화경이 자리잡고 있다. 낮은 언덕이 양쪽으로 감싸고 있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 2024년 정원 사진전 수상작. 제공 죽화경.

 정원의 면적은 1만5천㎡로 비교적 작은 공간이다. 그럼에도 결코 가볍거나 단조롭지 않다. 보유식물은 교목 34종, 관목 80여종, 초화류 250여종에 달해, 그 어느 식물원이나 정원에 못지 않다.


▲ 죽화경 초입 오솔길.


특히 다양한 품종의 장미를 비롯, 20여 품종의 수국, 데이지, 꽃창포, 구절초, 다양한 야생화 등 총 360여종의 꽃들이 자라고 있어 계절따라 꽃구경은 그만이다. 정원을 산책하며 만나는 목판도 흥미롭다. 삶의 지혜와 여유를 느끼도록, 자연을 소재로 글을 짓고 서체로 목판에 적어 정원작품과 조화롭게 배치했다.


▲ 오솔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

죽화경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정원을 추구한다. 단순하게 꽃들을 나열하거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조경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자연을 그대로 닮은 모습을 구현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모든 나무와 꽃, 풀은 다양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을 창출한다. 진정한 정원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 산책로 풍경.

 유영길 정원디자이너(59)는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정서적 감흥으로 안식과 힐링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을 즐기고, 다양성의 조화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를 바란다.


▲ 오솔길이 만나는 작은 공간 풍경.

‘죽화경’이란 이름은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竹)와 서양의 꽃(化)이 연출하는 풍경을 의미한다. 그는 순수정원을 지향하는 정원예술원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 소재를 사용한 디자인으로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나무와 꽃들을 떠받치는 기둥은 360여개의 대나무다. 정원 외곽 울타리는 1만개의 대나무를 사용해 조성했다.


▲장미 덩굴을 떠받치고 있는 대나무 기둥.


죽화경은 전남 민간정원 제2호 지정됐다. 조성을 시작한 지 벌써 16년을 넘어섰다. 이곳에 정원을 조성한 것은 남향인데다 양쪽 언덕이 자리해 따뜻하고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 탁월한 지리적 조건에서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사진 지면과 주변 언덕이 어우러져 각별한 공간이 연출되고 있다.

매년 5월 중순이 되면 데이지와 장미 축제가 6월초까지 펼쳐진다. 7월말부터 9월까지는 유럽 수국축제도 연다. 개화기에 맞춰 축제를 열지만, 주종목이 그것일 뿐, 다른 꽃과 나무, 풀과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다양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 숲속 휴식처.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교과과정 연계 체험프로그램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며, 정원을 산책하며 유영길 디자이너의 해설을 곁들이는 정원 숲체험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식물심기 △미니정원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천연 벌레 퇴치제 만들기 등 함께하는 체험활동도 다채롭게 운영한다. 


▲ 죽화경 안내도.


 죽화경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 조화미와 균형미를 고루 갖춘 진정한 정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혼잡스런 환경과 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도시민들에게 산책과 사색을 통한 영혼의 정화와 힐링의 공간을 제공한다. 심신이 지치고 복잡할 때면 한 번쯤 죽화경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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