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조선백자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도자기로 꼽히는 분청사기. 고려말에 고려청자의 변화에서 시작된 분청사기는 조선 초기부터 크게 발전했다. 세종때는 전국에 자기와 도기를 생산하는 공납요가 324개에 이를 만큼 번성했다. 16세기 초 백자의 등장과 번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불과 150여년의 짧은 기간에 존재했으나 독특한 멋과 매력에 오랫동안 애호가들을 확보하고 있다.

분청사기 가마터는 거의 전국에 분포한다. 그중에서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위치한 운대리는 고려시대 청자 5기, 조선시대 분청사기 27기 등 32기의 가마터가 밀집 분포된 지역이다. 특히, 분청사기 1호, 2호 가마터는 국가지정 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분청사기 역사에서 고흥은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흥분청사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분청사기의 특징은 백토분장기법에 있다. 백토분장은 7가지 기법으로 구분된다. 고흥에서 거의 유일하게 백토분장기법 7가지의 파편이 모두 발견됐다.

전남 고흥군 두원면 분청문화박물관길 99에 위치한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지난 2017년 10월 개관했다. 분청사기 가마터와 관련 유적, 다양한 기법의 파편 등이 모아졌다. 또 고흥 분청사기의 역사를 알려주는 각종 사료와 문헌 등에서 발췌한 전시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 그리고 고흥의 대표 설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콘텐츠도 선보인다.

1층 현관을 들어서면 맞은편에 중앙 마당이 창밖으로 보인다. 로비 여기저기에는 안내시설과 각종 안내판들이 들어서 있다. 분청문화박물관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관람객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역사문화실

로비를 지나 왼쪽으로 들어서면 역사문화실이 눈에 들어온다. 고흥사람들의 과거 삶과 문화를 소개하는 ‘역사문화실’이다. 고흥은 우리나라 고인돌 최대 밀집지역이다. 고대 해상활동, 찬란한 불교문화, 외침에 저항한 해상방어 최전방지역이었다. 물과 땔감이 풍부하고 토질이 좋아 비교적 농업이 성했다. 너른 바다와 연결된 항로도 발달해 교역도 성했다. 문화예술이 발달했다.
이곳에서는 고흥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을 선사, 고대문화, 불교문화, 유교문화 등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전시실에 전시된 300여점의 유물을 통해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분청사기실

역사문화실을 지나면 ‘분청사기실’이 전개된다. 분청사기실은 한국 최대의 분청사기 집중 분포지인 운대리 가마터와 그동안의 발굴 성과, 그리고 한국의 분청사기를 집중 조명하는 공간이다. 발굴된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발견한 유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분청사기 장식과 대표적인 백토 분장의 덤벙분청사기를 감상할 수 있다.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가마터는 다른 지역과 달리 상감, 인화, 박지, 조화. 철화, 귀얄, 덤벙 등 다양한 기법이 출토된 곳이다. 이 곳에서 출토된 분청사기 200여점이 전시돼 있으며, 분청사기의 출현에서 쇠퇴에 이르기까지 모든 변천 과정과 제작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또 가마터 축소모형과 함께 출토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운대리 14호 가마터를 2분의 1로 축소 재현한 모형과 가마터 주변에서 수습된 분청사기 도편 아트월은 운대리 가마의 웅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분청을 기록하고 기억하다’ -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지역 자기소·도기소 공동기획전시
박물관 1층 한국의 분청사기실에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지역 자기소·도기소 공동기획전시 ‘분청을 기록하고 기억하다’가 펼쳐지고 있다. 조선시대 전기를 대표하는 도자기인 분청사기는 다행스럽게도 과거 만들어진 곳이 대한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 기록은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한국 최초의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세종장헌대왕실록’ 지리지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세종장헌대왕실록’ 지리지에 기록된 자기소·도기소 중 먼저 전라도지역에 해당하는 70개에 대해 각종 문헌, 고지도와 현장에서 직접 찾아낸 자기편을 비교분석해 현재 남아 있는 41개소의 위치를 비정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기록유산 속에 남아 있는 자기소·도기소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의의를 되새겨 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획전시실

박물관 2층 로비에서는 기획전시 물레리듬이 펼쳐져 각종 도자기와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독특한 무대를 선보인다.

또 기획특별전과 기증특별전 등이 마련돼 기증받은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를 전시했다. 특히 중국 원나라 도자기와 한중 해상무역을 통해 교류해온 한국과 중국의 도자기를 모아놓은 공간도 마련했다.

금탑사 서림스님의 불도 이야기와 함께 불도스님이 소장한 각종 생활도자기와 불교용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문화상품점
2층에는 각종 생활도자기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문화상품점도 구비됐다.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각종 도자기류는 물론, 접시와 그릇, 수저세트, 컵 등 식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함께 열쇠걸이 등 디자인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설화문학실

설화문학실은 고흥의 대표적인 설화를 소개하고 설화 관련 전시를 하는 공간이다. 사라져가는 전통 무형자산인 구비문학을 전승·계승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설화를 주제로 한 전시실이다.
고흥은 조선시대 설화문학의 대가 류몽인의 ‘어우야담’을 비롯해 고흥지역에서 전해오는 4천여건의 옛 이야기를 수집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0여편의 설화를 대상으로 최신 기술로 접목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나만의 고흥 설화 이야기 만들기, 반딧불의 숲, 미디어파사드 등 관람객 주도형 전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분청사기 체험 교실
한옥다목적체험관에서는 분청사기 명인으로부터 분청사기를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손물레를 돌려 원하는 모양의 분청사기를 만들어보고, 자신이 만든 분청사기에 다양한 도장을 찍어 인화무늬를 새겨볼 수 있다.
단기체험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분청사기 도예를 배우는 중장기 과정도 마련돼 있다. 3-4개월 과정으로 도예가의 지도 아래 분청사기의 전 과정을 배워 도예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기초과정도 운영한다.
분청사기 체험 문의 및 등록은 분청문화박물관 한옥다목적체험관(061-830-5190, 5556)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분청사기 복원 및 홍보 활동
박물관측은 최근 분청사기의 복원과 활성화를 위해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흥에서는 지층의 단층에서 단계별로 분청 파편이 발견돼 연대를 이어 끊어지지 않고 발전단계를 모두 거친 것으로 분석됐다. 박물관측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분청사기 제작의 기본이 되는 흙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흥분청사기를 홍보하기 위한 순회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분청 달항아리를 2점씩 올해 전남과 광역시, 8개도 등 20개소에 모두 40여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또한 홍보를 위해 SRT 수서역 동영상 광고와 함께 CGV 영화관 12개소를 선정해 도자기를 전시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중에는 광주전남권 대형마트 무빙워크옆 유리가이드에도 도자기를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서, 관광지 등에 홍보책자를 배포해 도자기를 대대적으로 알려나가기로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고흥이 기후와 토양이 알맞고, 흙이 풍부했으며, 운송로가 발달해 분청사기의 발달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기법의 분청사기가 발달했다”면서 “박물관이 소중한 문화자산인 분청사기를 제대로 알리고, 분청사기를 통한 문화마케팅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